일본에 그 많던? 한국인 개발자는 전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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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2년 사이에 다시금 각종 언론들에서 해외 취업, 특히 일본 IT 취업에 대해 기사를 내는 사례가 늘어났습니다. IT 업계에 일본 취업을 경험해 본 사람들도 제법 있고, 그 분들이 말하는 일본 취업의 실태는 각자가 경험한 상황에 따라서 제각각입니다. 그것은 개인에 따라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서 제가 뭐라고 말을 거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일본 IT업계에 그 많던 한국인 개발자는 전부 어디로 갔을까?”에 대한 것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 네크워크에서 상당히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믿고 있는 스토리는 이런 것입니다.

 

“일본이 IT 기술이 부족할 때 실력 있는 한국인 개발자들을 데려와서 단물만 뽑아 먹고, 일본인 기술자들이 양성되니까 한국인들을 쫓아내고 그 빈자리를 일본인들이 채웠다.”

 

이 이야기는 사실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닙니다. 이제부터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본 정보처리추진기구가 매년 발행하는 「IT인재백서(IT人材白書) 」의 2015년도판을 보면, 2014년 현재 일본에 거주하는 IT엔지니어의 수는 약 84.1만명입니다. 그 중 프로그래머의 수는 약 30.2만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프로그래머의 수는 2006년에 39.6만명으로 피크를 기록했지만, 매년 그 수가 감소하여 현재는 30만명 유지가 힘든 수준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아래 표는 이런 IT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의 추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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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우리는 2가지 가설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됩니다.
하나는 프로그래머가 부족하다는데 2006년에는 거의 40만명이나 있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부족한 프로그래머를 양성해서 부족한 자리를 일본인으로 채웠다는데 어째서 프로그래머의 수는 10년 동안 10만명이나 줄어들었냐는 점입니다.

그럼 여기서 또 하나의 통계를 보도록 하죠. 일본 법무성이 발표한 기술 비자로 일본에 거주하는 장기체류자의 통계입니다. 2015년부터는 기술 비자와 인문지식・국제업무 비자가 통합되어서 정확한 수치를 알기 어려워졌지만, 2014년까지는 기술 비자 취득자만 따로 통계가 잡혔기 때문에 한자릿수까지 정확하게 집계된 통계를 알 수 있습니다.
비자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흔히 취업 비자라고 부르는 취로 관련 비자 중 공학 분야의 전문 기술을 지닌 사람에게 발급해주는 것이 기술 비자입니다. 그런데 한국, 중국, 인도, 필리핀, 베트남 등의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관련으로 기술 비자를 받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사실상 거의 대부분이 IT 관련 기술자들입니다. 비자가 없으면 아예 고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비자 보유자 통계는 외국인 노동자 수를 가늠하는 가장 정확한 자료입니다. 일단은 아래 통계를 한번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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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기술 비자로 일본에 장기 체류하고 있는 사람의 60% 정도가 중국인입니다. 중국인 다음으로 많은 것이 한국인입니다. 그런데 한국인 중 기술 비자로 일본에 장기체류하고 있는 사람은 가장 피크였던 2008년에도 8,647명밖에 없었습니다. 법무성에는 2006년 이전의 통계가 없기 때문에 그 이전은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지만, 2005년 이전에는 5,000명 이하의 수준이 아니었을까 예상합니다.
2005, 2006, 2007, 2008년에 해외 취업이라는 명목으로 일본에 많은 한국인 엔지니어들이 넘어왔습니다. 일본 내의 한국인이 운영하는 IT인력 파견 업체를 통해서 각종 프로젝트에 많은 한국인이 투입되게 됩니다. 그런데, 2009년에 리먼쇼크가 터지면서 일본 금융계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됩니다. 이로 인해서 당시 SI업계의 대형 프로젝트들이 대거 취소되고, 신규 안건이 나오지 않으면서 극심한 불황이 시작됩니다. 이 불황은 2010년에 피크를 이루는데요.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많은 수의 한국인 엔지니어들이 일본을 떠났습니다.
그래도 2010년에는 7,050명이나 남아 있었는데, 다들 잘 아시다시피 2011년 3월11일에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면서 많은 수의 한국인 엔지니어들이 일본을 갑작스럽게 떠나게 됩니다. 그래서 2011년에 갑자기 5,828명까지 줄어들었고, 매년 줄어들어서 2014년에는 5,084명 수준으로 한국인 엔지니어의 수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럼 여기서 한가지 질문을 던져봅니다.
한국인 엔지니어들이 일본을 떠나서 한국으로 돌아가게 한 것은 무엇일까요? 단물을 다 빨아먹어서? 일본인 엔지니어로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니까?
아닙니다. 통계는 리먼쇼크로 인한 불황과 이어서 터진 3.11 지진 때문에 대다수의 엔지니어들이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돌아가기 이전에 쌓인 여러 불만들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마침 한국 SI업계의 호황이 찾아온 것 등 복합적인 배경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이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리먼쇼크와 3.11 지진 때문이지, 일본 기업들의 뒤통수는 아니라는 겁니다.
위에 소개한 일본 내 IT 엔지니어 수의 변화를 보시면, 2009년 리먼쇼크 발생 후 2010년에 갑자기 프로그래머의 수가 3.4만명이나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 때의 불황은 한국인에게만 닥친 것이 아니라, IT업계 전반, 특히 대형 프로젝트 유무에 큰 영향을 받는 프로그래머 직종 전반에 집중되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한국인이 떠난 자리를 채운 것은 일본인이 아니라 위의 통계가 그대로 말해주듯이 베트남인입니다.

 

조금 재미있는 점은 3.11 지진으로 인한 일본 이탈이 대게 기술직과 관리직에 집중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아래 통계를 한번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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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로 인해 기술 비자 보유자와 기업내 전근의 수가 급감한데 비해서, 인문지식・국제업무 비자 보유자의 수는 큰 변동이 없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술 비자와 기업내 전근의 수는 2011년 이후에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서 인문지식・국제업무 비자 보유자의 수는 2011년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문지식・국제업무 비자 보유자의 수가 1만명을 넘어선 것도 2013년이 한일수교 이래 최초일 정도입니다.

 


추가로 후생노동성의 외국인 노동자 고용 통계 자료를 찾아서 이것도 참고로 인용해봅니다. 수치적으로는 위의 데이터들과 크게 변화가 없지만, 후생노동성 자료이기 때문에 실제 고용이 유지된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조금 더 정확합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통해서 2015년과 2016년의 외국인 기술자의 비중을 추산할 수 있었습니다.

 

 

이 데이터를 보면 2010년 이전의 데이터에서는 비자 취득자의 수보다 실제 고용이 유지되는 사람의 수가 훨씬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08년의 경우 한국인의 기술비자 취득이 8,647건이나 되는데 실제로 2008년 10월 시점에서 고용이 유지되고 있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되는 3,812명에 불과합니다. 이건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그 만큼 많이 왔지만 짧은 기간에 절반 이상의 사람이 한국으로 되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011년 이후의 데이터에서는 기술비자 취득자와 고용된 사람의 수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러한 경향은 2011년 이후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후생노동성의 데이터를 보면 역시 외국인 IT 노동자의 절대다수는 중국인입니다. 그런데 2012년부터 급격히 늘어난 베트남 기술자들에게 한국인 IT 기술자들은 추월을 당했네요. 낮은 단가 때문에 파견 시장에서 베트남 기술자들이 각광을 받기 때문이겠죠.

한가지 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가장 위쪽의 통계에 나오듯이 일본에서 IT 기술자 중에 프로그래머가 차지하는 비중은 35% 정도밖에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일본에 IT 기술자가 5,000명이 상주하고 있다고 해도, 그 중에 프로그래머는 1,750명 정도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나마도 도쿄에는 그 중 60% 정도밖에 없기 때문에 도쿄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프로그래머는 1,000명 수준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고요.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2000년대 중후반에 굉장히 많은 수의 IT 기술자들이 일본으로 건너갔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많지는 않다.
・일본 내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IT 기술자는 최고 피크일 때도 9,000명도 안 되는 숫자였다.
고용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실제로 일본에 상주하는 한국인 IT 기술자는 5,000명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일본 SI업계의 외국인 엔지니어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다.
・일본에서 일하던 한국인 엔지니어들이 일본을 떠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3.11 지진이다.
・한국인이 떠난 자리를 채운 것은 베트남인이다.

 

그래서 결론을 내리자면 이렇습니다.

아직 한국인 IT 기술자들에게는 일본 취업의 기회가 열려 있다. 단, 파견직 근무가 아닌 사내 개발자를 뽑는 기업 중심으로 찾아야 기회가 있으며, 당연히 그런 환경에서 일하려면 기술도 뛰어나야 하지만 일본어로 의사소통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일본어 실력이 뒷받침 되어야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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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9 comments
  • 응답

    뒤통수 친건 한국인들이었습니다.
    3.11대지진때 무조건 한국돌아간다는
    한국인 개발자 때문에
    대혼란이었지요..

    • 123
      응답

      근거도 없이 뭔 개소리신지

    • 상하 김
      응답

      그것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것 같습니다.
      저도 당시에 제 밑에 있던 팀원들(전부 한국인)이 3.11 3개월 안에 모두 이탈했었지만, 돈 잘 주는 회사들은 대부분 남아 있거나 이탈하더라도 한참 뒤에 하더라고요.

  • 무명
    응답

    잘봤습니다

  • 나그네
    응답

    리먼쇼크 이후 일본 기업들은 내국인 위주로 채용을 했죠. 일감이 별로 없었으니 그럴 수 밖에요.
    특히나 SI 업계는 아주 심각했죠. 외국인이 참여 불가 프로젝트가 수도 없이 많았으니까요.
    나아지겠지 나아지겠지 하며 한 3년 정도 버텼을 때 쯤 3.11 이 터졌네요.
    그 동안 불만이었던 사람들은 결정하기 쉬워진거죠.
    위에 글쓴 분 말씀대로 개념없는 한국사람도 정말 많더군요.
    그러니 일본 애들이 뒤통수 쳤다도 맞고 한국 애들이 뒤통수 쳤다도 맞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일본에 있던 한국 IT 인력이 이탈한 건 일본 외부의 요인은 아닌 것 같네요.

    • 상하 김
      응답

      말씀하신대로 SI업계는 그 당시에 굉장히 심각했었죠.
      사람 줄어야 하는 상황에서 진짜 자를 수 없는 실력 좋은 외국인 아니면 외국인이 1차 정리해고 대상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본문에서 하고픈 말은, 생각보다 한국인 개발자는 일본에 그렇게 많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기술비자 보유자가 최고 피크기에 9000명 정도였는데, 제가 일하던 회사(SI가 아닌 일반 서비스 회사입니다)의 한국인 기술비자 보유자 중에는 프로그래머만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기획자도 디자이너도 기술비자 받아서 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죠. 프로그래머는 100%가 기술비자를 받아서 일했고요.
      그러니 실제로는 피크기에도 프로그래머는 9000명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였을 것 같습니다.

    • 위시
      응답

      저도 이 케이스 였습니다. 리먼쇼크로 주택론을 주력으로 하는 자사의 경영난에의해 연봉삭감.. 이후 처우개선 여지 없음..
      그러던중 3.11 지진.. 미리 계획되어있던 결혼을 핑계(?)로 귀국해 버렸습니다.

      • 상하 김
        응답

        마음 고생 심하셨겠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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